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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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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4년 3월호 이야기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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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발!”


딕 더크슨


허브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강렬한 한마디가 침묵을 깼다. “안 돼! 내 안경은!”

우리는 앨커트래즈섬 주변을 지나 샌프란시스코만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배는 여름의 바람을 타고 금문교를 향하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가 일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러 다른 배와 무리 지어 금문교를 지나면서 넓은 바다를 만끽한 뒤 에인절아일랜드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기쁨이 재앙으로

대학 친구 한 명이 퍼시픽 유니언 대학 운영위원들을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배로 초대했다. 배를 타기 좋아했던 맥스웰 대학 총장이 선뜻 초대에 응했고 우리 모두에게 전화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다음 주 화요일입니다. 정말 즐거울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갑판에서 우리는 선장의 지시에 귀를 기울였다. 구명조끼의 위치, 커다란 파도가 일 때 배 위에서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화장실 변기를 어떻게 내리는지 그리고 식사는 언제 준비되는지와 같은 내용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구명조끼를 단단히 조이면서 대답했다. 

나는 에인절아일랜드에 와 본 적이 없었지만 우리 가족은 몇 달 전에 학교에서 자전거 여행으로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에인절아일랜드는 샌프란시스코만에서 가장 큰 섬이며 1910년부터는 이민국 수용소가 들어서서 1940년까지 태평양을 건너 입국하는 동양인을 심사했다.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던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병사 수천 명의 ‘종착지’ 역할을 했다. 오늘날 이곳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상적인 언덕과 해변이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아얄라만에 배를 대고 옛날 주 정부의 건물들을 관광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선장이 우리가 탄 배를 부두 쪽으로 천천히 움직일 때 대학 운영위원인 허브 포드가 고정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 부양식 선착장으로 뛰어내렸다. 허브의 발이 나무로 된 부두에 닿자 모든 것이 움직였고 배에 있던 우리 일행은 그가 부두에서 물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았다. 그가 물 위로 떠올랐을 때 그의 안경이 물속 깊은 곳으로 떨어졌는지 그의 얼굴에서 보이지 않았다. 물속으로 빠질 때 안경이 벗겨져 샌프란시스코만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늘 미소 짓던 허브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안 돼!” 그의 입에서 절망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내 안경은….” 

허브는 학자이며 저술가이고 명문장가이다. 그의 눈은 항상 색과 모양, 생각을 모으느라 분주하다. 많은 사람이 그저 ‘본다면’ 허브는 정확히 ‘꿰뚫어 본다.’ 그의 안경이 코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은 그렇다. 하지만 안경이 없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학 운영위원 모두가 허브가 느낄 고통을 감지했다. 순간 우리의 항해 모험은 재앙이 되어 버렸다. 


하나님의 관심은?

혹시 안경이 밧줄에 걸렸기를 바라며, 그것도 아니라면 해초에라도 걸려 있기를 바라며 뱃머리 너머를 둘러보았다. 갑판으로 내려가 배 끄트머리에서 무릎을 꿇고 더 자세히 물 표면을 보려고 손을 올려 그늘을 만들면서 살펴보았다. 주립공원 이용권을 확인하는 남자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 밑의 물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요? 물속은 투명해서 잘 보이나요? 상어도 있나요? 우리가 빌릴 수 있는 다이빙 장비가 있을까요?” 우리는 연달아 질문을 퍼부었다.

대답을 들으니 안경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다이빙 장비도 없고 물은 깊이가 4m 가까이 되는 데다 아주 차갑고 혼탁했다. “물속에 들어간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걸요. 물속으로 들어가려면 잠수복이 필요할 거예요.” 그는 이마를 찡그리며 “안타깝네요.”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는 부두에 앉아 안경과 하나님 그리고 기도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하나님께서 허브의 안경에도 관심을 가지실까?”

마침 그때 어부 두어 명이 바닷가에서 잡은 고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다가가 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요청해야 할지 생각했다.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속삭임이 느껴졌다. ‘그래, 하나님께서는 허브의 안경에도 관심을 가지실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 안경이 없으면 허브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형체는 볼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보기 어렵습니다. 허브에게는 그 안경이 정말 필요합니다. 사실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안경을 찾을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침착하게 어부 두 명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 친구 하나가 선착장 옆에서 안경을 잃어버렸습니다. 찾을 수 있게 도울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멍청한 질문이라니.’ 나는 스스로를 나무랐다.

“방법이 없죠.” 한 분이 말했다. “우리가 무얼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스노클과 물안경은 있어요. 물속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싶다면 사용하세요.”

다른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잠수복도 있는데요.” 눈으로 찬찬히 나의 치수를 재며 말했다. “어느 정도는 맞겠는데요.”


교훈

나는 아얄라만 부두 옆의 컴컴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두 치수나 작은 잠수복을 억지로 입고 싶지도 않았다. 깨끗한 손을 진흙에 집어넣고 부두 밑에 있을지도 모르는 끈적끈적한 것들과 정체불명의 것들을 만지고 싶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허브의 안경을 생각하고 있단다.’ 하나님께서 조용히 내 귀에 속삭이셨다. ‘스노클, 물안경, 잠수복.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이냐?’

‘하지만 하나님!’ 나의 대화는 기도라기보다 불평에 가까웠다. ‘저는 하나님께서 안경을 물 위로 띄워 주시거나 큰 수중 손전등을 가진 전문 다이버를 보내 주시길 바라는 거죠. 잠수한 적이 있었지만 아주 오래됐고 오늘은 잠수할 생각이 없는걸요.’

‘네가 해야 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잠수복에 몸을 겨우 끼워 넣느라 애썼지만 스노클과 물안경은 괜찮았다. 빙하만 없을 뿐 물은 차가웠다. 진흙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다. 깨진 병이나 해룡에게 손을 잃는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손가락을 휘저어 바닥 깊이 쌓여 있는 것들을 헤집고 나아갔다. 

“아무것도 없네요. 허브, 미안해요.”

“딕,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기도할게요.”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사람들은 내가 실패하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모여들고 있었다.

‘주님, 허브에게 안경이 필요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안경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손가락이 끈적끈적하고 들러붙는 것들을 통과할 때쯤 오른손에 무언가 딱딱하고 손잡이가 달린 막대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단단히 움켜쥐고 물 위로 올라오며 오른손을 먼저 내밀었다. 내가 수중 마스크를 벗을 즈음에 허브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내려와 내 손에 들려 있던 자기 안경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허브의 안경에도 관심을 기울이셨을까? 그렇다고 허브는 생각했다. 어부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주립공원 관리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선장과 퍼시픽 대학의 운영위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어땠을까? 나에게 신뢰라는 교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알고 계셨고 그 교훈을 가르쳐 주셨다. 물에 흠뻑 젖어야 했지만.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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